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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과연....그럴까...

게임 비용의 측면에서도 혁신적이다. 그동안 게임은 하드웨어를 업그레이드하거나 돈을 들이면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 방식으로 작동해왔다. 그런데 포켓몬고는 스마트폰에 애플리케이션만 깔면 되고, 돈을 쓴다고 해서 레벨이 갑자기 올라가기 어려운 구조다. ‘모험을 떠난다’는 말에 걸맞게 ‘현질’ 효과보다는 직접 걸어다니거나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현실과 가장 밀접한 게임이라는 점에서 점수를 주고 싶다. 관광과 가장 상관없는 영역으로 여겨졌던 게임을 관광 산업과 연계할 수 있는 고리를 만들었다는 점 역시 높이 평가할 만하다. 일본에서는 이미 각종 이벤트로 ‘포켓코노미(포켓몬고+이코노미)’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고 한다.

그동안 모바일 게임이 화면에 세상을 구현해내려 했다면, 포켓몬고는 화면에 세상을 끌어들였다는 점에서 혁신적이다. 현실 세상을 화면과 만나게 하는 위치기반 증강현실(AR)의 속성을 영리하게 이용한 것이다. “인간의 행동을 바꾸겠다”던 개발사 나이앤틱의 야심은 일단 꽤 성공적인 것으로 보인다.

물론 포켓몬고에 좋은 점만 있는 건 아니다. 운전할 때 켜 놨더니 자꾸 눈이 가는 것은 물론이고, 새로운 포켓몬이 나타나면 나도 모르게 잡으려고 하다보니 실제로도 너무 위험했다. 최소한 운전할 때만은 아예 켜놓지도 않는 게 정답이다.

장단점이 있긴 하지만 포켓몬고는 게임이다. 봄을 맞아 운동을 해야겠다고 다짐하는 사람이라면 “같이 걸으면 좋은 일이 있을 거야!”라고 말해주는 파트너 포켓몬과 걷기를 추천하고 싶다. 게임을 즐기는 이유는 다를지라도, 포켓몬 트레이너의 문은 누구에게나 활짝 열려 있으니까.
<정지은 | 문화평론가>-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