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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담배가 해롭다는 증거는 차고 넘친다

1929년 뉴욕 부활절 행진에서 젊은 여성 30명이 일제히 담배를 피웠다. 주요 신문들은 "공공 장소의 흡연은 여성답지 못하다는 인식에 도전한 해방 운동"이라고 평가했고 여성 흡연율은 치솟았다. 하지만 이 캠페인은 '홍보의 아버지'라는 에드워드 버네이스가 담배 마케팅을 위해 벌인 조작극이었다. 여성들이 자유의 횃불이라며 들었던 담배는 고스란히 담배 회사 수익이 됐다.

▶담배가 유해하다는 연구 결과가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한 것은 1950년대였다. 버네이스는 뒤늦게 후회하며 금연 캠페인에 앞장섰다. 하지만 끊게 하는 것은 피우게 하는 것보다 훨씬 어려웠다. 담배 회사들은 자금력을 앞세워 여론전과 로비를 벌였다. 1953년부터 30년간 담배 피해 소송은 모두 담배 회사가 승소했다. 1990년대 미국 주정부들이 나선 뒤에야 담배의 유해성이 일부 인정됐다.


▶담배가 해롭다는 증거는 차고 넘친다. 하지만 100% 담배 때문에 질병에 걸린다고 하기는 어렵다. 공해가 있는 도심에 살아서, 해로운 음식을 많이 먹어서 같은 다른 원인을 얼마든지 제기할 수 있다. 사람을 가둬두고 담배만 피우게 하면서 실험할 수도 없다. 담배 회사들의 가장 강력한 논리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도 폐암에 걸린다'는 것이다.

▶어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궐련형 전자 담배도 일반 담배처럼 암 등 각종 질병을 일으킬 수 있는 성분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담배 회사들은 전자 담배는 태우는 대신 찌는 방식이어서 유해 물질이 적다고 말해 왔다. 하지만 전자 담배의 유해 성분은 일반 담배와 거의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많았다. 벤조피렌, 포름알데히드 같은 1군 발암물질도 나왔다. 조금이라도 낫다고 믿고 전자 담배를 찾던 흡연자들에겐 충격적 소식이다.

▶전문가들은 '찌면 덜 해롭다'는 논리 자체가 과장이라고 말한다. 찌거나 태우는 것은 모두 연기와 맛을 내기 위해 화학반응을 일으키는 과정이다. 담배와 그 안에 포함된 첨가물은 화학반응을 일으키면 1군 발암물질이 나온다. 피우는 사람이 들이마시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개인의 흡연 방식에 따라 유해 물질 흡입량은 천차만별이라는 것이다. '전자 담배도 일반 담배와 별반 다를 게 없다'는 소식을 들은 사람들이 모여서 걱정하는 모습을 보니 모두 담배를 피우고 있다. 끊으면 되는데 그게 안 된다. 덜 해로운 것이 나왔다고 해서 무슨 '복음'처럼 번졌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식약처 발표를 보니 담배는 어떻게 포장해도 담배인 모양이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