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부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차이는 의전 문화에서 도드라진다. 과거 이 회장이 공항에 나타나면 가족을 위시해 수많은 삼성 임직원들이 도열하곤 했다. 딸과 부인의 팔짱을 낀 이 회장이 한마디 한 말은 온 나라의 화두가 되었다. 반면 이 부회장은 수행비서 없이 혼자 가방을 들고 해외출장을 가는 소탈한 모습을 보인다. 그는 격식을 깨고 상명하복 문화도 없애겠다고 강조한다. 반바지 출근을 허용하고 미국식 이사회 중심 경영을 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재벌 회장이 말하면 임원들은 받아적기만 하고, 고위 임원들이 새벽 출근하는 재벌 회장을 기다리다 문을 열어주는 대기업들의 위계적, 군사적 문화와 비교해 볼 때 확실히 신선한 시도였다.
그는 실제 성품도 소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고교 때 동기생과 스스럼없이 도시락을 나눠먹는 등 특권의식이 없었다고 한다. 얼마 전 국회 청문회에서는 값싼 립밤으로 마른 입술을 적시는 게 포착돼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이로 인해 이 미국제 립밤은 미국 출장자들의 단골선물로 떠올랐다. 하지만 그제 서울구치소에서는 평소와 다른 모습이 연출됐다. 그가 영장이 기각돼 구치소에서 나온 뒤 세면도구가 담긴 쇼핑백을 대기하던 삼성 임원에게 건넨 것이다.
삼성 임원은 주저없이 쇼핑백을 받아들었고, 빈손이 된 이 부회장은 차량에 올라탔다. 구치소에서 나온 순간 그는 제왕적 재벌로 돌아왔고, 삼성 임원은 여지없이 허드렛일을 하는 집사가 된 셈이다. 그가 외쳐온 상명하복 문화 타파가 겉치레, 보여주기 쇼가 아니었나 의심하게 만드는 광경이었다. 물론 구치소에는 삼성 임직원이 많이 나오지 않았다. 총수나 총수 일가가 사법기관에 출두하면 임직원 수백명이 호위하는 여타 대기업과는 거리가 있었다. 그가 들었던 쇼핑백도 저가 국내 브랜드였다.
하지만 무의식적인 ‘쇼핑백 떠맡기기’ 행동 하나에 이 모든 안배가 한순간에 무위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 부회장은 삼성 본사로 돌아온 뒤 “정말 긴 밤이었다”고 토로했다고 한다. 그의 긴 밤은 끝났을지 모르지만 이제부터는 삼성이 긴 밤을 보내야 할지 모른다.
-한겨레-
그는 실제 성품도 소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고교 때 동기생과 스스럼없이 도시락을 나눠먹는 등 특권의식이 없었다고 한다. 얼마 전 국회 청문회에서는 값싼 립밤으로 마른 입술을 적시는 게 포착돼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이로 인해 이 미국제 립밤은 미국 출장자들의 단골선물로 떠올랐다. 하지만 그제 서울구치소에서는 평소와 다른 모습이 연출됐다. 그가 영장이 기각돼 구치소에서 나온 뒤 세면도구가 담긴 쇼핑백을 대기하던 삼성 임원에게 건넨 것이다.
삼성 임원은 주저없이 쇼핑백을 받아들었고, 빈손이 된 이 부회장은 차량에 올라탔다. 구치소에서 나온 순간 그는 제왕적 재벌로 돌아왔고, 삼성 임원은 여지없이 허드렛일을 하는 집사가 된 셈이다. 그가 외쳐온 상명하복 문화 타파가 겉치레, 보여주기 쇼가 아니었나 의심하게 만드는 광경이었다. 물론 구치소에는 삼성 임직원이 많이 나오지 않았다. 총수나 총수 일가가 사법기관에 출두하면 임직원 수백명이 호위하는 여타 대기업과는 거리가 있었다. 그가 들었던 쇼핑백도 저가 국내 브랜드였다.
하지만 무의식적인 ‘쇼핑백 떠맡기기’ 행동 하나에 이 모든 안배가 한순간에 무위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 부회장은 삼성 본사로 돌아온 뒤 “정말 긴 밤이었다”고 토로했다고 한다. 그의 긴 밤은 끝났을지 모르지만 이제부터는 삼성이 긴 밤을 보내야 할지 모른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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