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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국GM이 더 투명한 경영을 하도록 정부가 구체적 대책을 마련하라

미국 자동차 회사 GM이 2002년 대우자동차를 인수해 만든 한국GM의 철수설이 나돈다. 수년 전부터 나왔지만 이번은 좀 더 심각해 보인다.

왕년에 세계 최대 자동차 회사였던 미국 GM에 이런 우스갯소리가 있었다. '회의 도중 뱀이 나왔다. GM 사람들은 하던 회의를 제치고 뱀을 어떻게 처리할지 회의했다. 결론이 안 나 외부 컨설팅 회사에 맡기기로 했다. 그새 뱀은 가버렸더라'는 얘기가 GM 조직 문화를 풍자하는 걸로 회자됐다. 긴 회의와 토론으로 의사 결정이 느렸다. 굼뜬 것보다 더 심각한 건 방만한 경영이었다. 이 자동차 제국은 망해가는데도 노조의 과도한 임금·복지 요구로 직원과 퇴직자들한테 주는 건강보험 보조금만 한 해 8조원에 달했다.

지금의 GM은 뱀도 지쳐 도망간다는 그 GM이 아니다. 2009년 파산하고 미국 정부의 공적 자금으로 기사회생한 새 GM이다. 이 과정에서 노조도 고통 분담을 해 원가를 절감했다. 새 GM은 '선택과 집중'으로 빠르게 글로벌 사업도 구조조정하고 있다. 적자 내는 호주, 러시아, 인도 등지에서 차례로 철수했다. 2014년 취임한 여성 CEO 메리 바라 회장은 구조조정에 더 바짝 속도를 낸다.

이런 여건에서 GM의 소형차 전진 기지였던 한국GM 사정이 급격히 나빠졌다. 본사가 유럽 사업 등을 정리하는 바람에 한때 완성차와 반조립품 합쳐 200만대 넘게 생산하고 수출하던 물량이 작년 125만대로 40%나 급감했다. 2014년부터 3년간 누적 적자가 2조원에 달한다. 설상가상으로 GM 본사가 한국GM을 마음대로 처분하지 못하게 산업은행과 합의한 조항이 오는 10월 16일 종료된다. 이런 상황이어서 철수설이 증폭되고 있다.

얼마 전 국회의원회관에서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재로 한국GM 상황을 진단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 온 한국GM 노조원들에게서도 고용 불안에 대한 절박함이 강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안타까운 건 이런 위기에도 노조의 생각과 대처 방법이 별반 달라진 게 없다는 점이었다. "회사가 내놓는 경영 실적을 못 믿겠다" "인건비 실상이 잘못 알려졌다" "대우차를 GM에 팔지 말고 국유화했어야 하는데 헐값에 넘겨 이리됐다"고 성토하는 노조원도 있었다. "한국GM이 더 투명한 경영을 하도록 정부가 구체적 대책을 마련하라" "완전 월급제를 시행하라"고도 주장했다.
-조선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