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제천에 아침부터 장대비가 쏟아졌다. 빗속에서 김현중(80)씨 3대 조손(祖孫)의 영결식이 치러졌다. 김씨와 딸, 대학에 합격한 외손녀 3대가 목욕탕을 찾았다가 화마에 희생됐다. 안치실에서 관 3개가 연달아 나오자 유족은 바닥에 쓰러졌다. 손녀의 고3 친구들은 영정 사진을 부여잡고 고개를 떨구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터트린 울음소리가 장례식장을 뒤덮었다. 취재 기자들도 울었다고 한다. 하늘에선 비가 내리고 영결식은 눈물바다가 됐다.
▶하얀 눈이 어울릴 크리스마스 이브에 전국적으로 겨울비가 내렸다. 미세 먼지까지 자욱했다. 어차피 성탄절 축제를 즐길 분위기도 아니었다. 북한발(發) 위협 등으로 나라 안팎이 어수선하다. 미·북이 주고받는 험한 말을 보면 정말 전쟁이라도 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서민들의 체감 경제는 싸늘하기만 하다. 취업문은 좁아지고 자영업자 경기는 내리막길이다. 그래서 그런지 거리엔 캐럴도 잘 들리지 않는다. 20년 전 IMF 위기 때 크리스마스 같다는 얘기도 나온다.

▶크리스마스 연휴를 앞두고 우울한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 포털 사이트가 자영업자 등에게 새해 고용 계획을 물었다. 그랬더니 고용주 43%가 아르바이트 채용을 줄이겠다고 답했다. 사람 대신 무인 기계로 대체하거나 가족을 동원하겠다고 했다. 최저임금 인상의 충격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이미 편의점이나 식당 등에선 사람 줄이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근로시간까지 단축되면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한다. 어쩌면 차디찬 '고용의 겨울'이 저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연말 모금액은 목표의 34%에 머물고 있다. 예년보다 10%포인트 이상 적다. 이영학 사건으로 기부에 대한 불신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최순실 사태로 피해를 본 기업들도 기부를 망설이고 있다. 쪼그라든 기부로 불우 이웃들의 연말은 더욱 냉골이 됐다. 쪽방촌이나 복지 시설을 찾아오는 후원의 손길도 줄었다.
▶조선일보 1면에 실린 제천 화재 현장 사진은 모두의 가슴을 답답하게 했다. 2층 여성 목욕탕의 비상구 입구가 막혀 있는 사진이다. 비상구 양옆으로 바구니 등을 얹은 선반이 놓여 있다. 그 사이로 사람이 겨우 빠져나갈 정도의 공간만 남아 있다. 그나마 비상구를 찾지 못해 목욕탕에서만 20명이 사망했다. 가로막힌 비상구는 20명의 생사를 가른 죽음의 벽이 됐다. 왠지 나라 앞길도 이렇게 막힌 듯 느껴진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위기가 오는데 나라는 앞이 아니라 뒤로 가고, 국민은 분열돼 서로 손가락질하고 있다.
-조선일보-
▶하얀 눈이 어울릴 크리스마스 이브에 전국적으로 겨울비가 내렸다. 미세 먼지까지 자욱했다. 어차피 성탄절 축제를 즐길 분위기도 아니었다. 북한발(發) 위협 등으로 나라 안팎이 어수선하다. 미·북이 주고받는 험한 말을 보면 정말 전쟁이라도 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서민들의 체감 경제는 싸늘하기만 하다. 취업문은 좁아지고 자영업자 경기는 내리막길이다. 그래서 그런지 거리엔 캐럴도 잘 들리지 않는다. 20년 전 IMF 위기 때 크리스마스 같다는 얘기도 나온다.

▶크리스마스 연휴를 앞두고 우울한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 포털 사이트가 자영업자 등에게 새해 고용 계획을 물었다. 그랬더니 고용주 43%가 아르바이트 채용을 줄이겠다고 답했다. 사람 대신 무인 기계로 대체하거나 가족을 동원하겠다고 했다. 최저임금 인상의 충격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이미 편의점이나 식당 등에선 사람 줄이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근로시간까지 단축되면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한다. 어쩌면 차디찬 '고용의 겨울'이 저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연말 모금액은 목표의 34%에 머물고 있다. 예년보다 10%포인트 이상 적다. 이영학 사건으로 기부에 대한 불신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최순실 사태로 피해를 본 기업들도 기부를 망설이고 있다. 쪼그라든 기부로 불우 이웃들의 연말은 더욱 냉골이 됐다. 쪽방촌이나 복지 시설을 찾아오는 후원의 손길도 줄었다.
▶조선일보 1면에 실린 제천 화재 현장 사진은 모두의 가슴을 답답하게 했다. 2층 여성 목욕탕의 비상구 입구가 막혀 있는 사진이다. 비상구 양옆으로 바구니 등을 얹은 선반이 놓여 있다. 그 사이로 사람이 겨우 빠져나갈 정도의 공간만 남아 있다. 그나마 비상구를 찾지 못해 목욕탕에서만 20명이 사망했다. 가로막힌 비상구는 20명의 생사를 가른 죽음의 벽이 됐다. 왠지 나라 앞길도 이렇게 막힌 듯 느껴진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위기가 오는데 나라는 앞이 아니라 뒤로 가고, 국민은 분열돼 서로 손가락질하고 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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