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만의 시대에서 진실을 말하는 것은 혁명적 행동”

오리지널마인드 2017. 1. 12. 09:49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나비 효과’의 실증(實證)이다. 이는 중국 베이징에 있는 나비 날갯짓이 미국 뉴욕을 강타하는 허리케인이 된다는, 작은 사건이 엄청난 결과를 낳는다는 과학 이론이다. 다만 박·최 게이트는 우연에 우연이 겹쳐서, 그것도 한 방향으로 비가역적으로 진행되는 나비 효과와는 다른 측면이 있다. 바로 시민들의 개인적, 집단적 의지가 개입된 점이다. 사감이 있었지만 고영태씨는 언론 제보를 하고, 검찰 수사에 응하는 내부 고발자 역할을 했다. 노승일 전 K스포츠재단 부장은 신변에 위협을 느낀다면서도 국회에서 증언을 했다. 경향신문과 한겨레, TV조선, JTBC에는 시민 제보가 줄을 이었다. 의혹 내용을 직간접으로 확인해주거나, “답변할 수 없다”면서 적어도 거짓말을 하지 않은 정부와 업계 관계자들도 있었다.

“최순실 이름도 못 들어봤다”던 대표 법꾸라지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꼬리를 밟은 이는 평범한 누리꾼이다.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주식갤러리(주갤러)’ 이용자가 제보한 동영상에는 2007년 최태민, 최순실 관련 의혹을 해명하는 한나라당 박근혜 대선 후보와 박 후보 법률지원단장이던 김기춘 전 실장 모습이 생생하게 잡혀 있다.

무엇보다 노동에 지친 피곤한 몸을 쉴 금쪽같은 토요일, 볼이 빨갛게 언 아이들과 촛불을 들고 나온 1000만 시민이 있었다. 이들은 검질기게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대통령 하야와 탄핵을 부르짖었다. 전체주의와 사상 통제를 통렬하게 비꼰 영국 소설가 조지 오웰은 “기만의 시대에서 진실을 말하는 것은 혁명적 행동”이라고 말했다. 신실하고 선량한 절대군주인 양 치장한 대통령에게 진실을 요구하는 것, 거짓의 둥지로 전락한 청와대 앞에서 촛불을 드는 행위 자체가 혁명적 행동이다. 촛불의 미약한 일렁임이 일으킨 파동은 혁명의 열풍으로 완성돼 가고 있다.
-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