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개가 죽으면 천국에 가기를 기도해주는 종교 직업까지 등장
오리지널마인드
2017. 10. 25. 09:35
고고미술사학자 삼불(三佛) 김원룡(金元龍) 선생 수필 중에 '김덕구'란 제목의 글이 있다. 집에서 키우던 발바리에 관한 얘기다. 옛날엔 개를 부를 때 흔히 "도꾸(dog) 도꾸" 했다. 다정다감한 삼불은 발바리에게 자신의 성(姓)을 부여해 '金德狗(김덕구)'란 멋진 이름을 붙여주었다. 문패까지 직접 써 개집에 달았다. 이렇게 개를 사랑하던 삼불이 몇 년 후 개와 인연을 끊는 일이 벌어졌다. 집에서 기르던 진돗개가 동네 어린아이를 문 것이다. 삼불은 미련 없이 개를 개장수에게 팔았다. 그러고 다시는 개를 키우지 않았다. 삼불은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고 썼다.
▶50~60년 전 얘기다. 이게 옛날 개 키우던 사람의 보편적 모습 아니었나 싶다. 그때도 개를 사랑하고 개와 교감을 나누는 사람은 많았다. 그러나 인간과 개의 서열(序列)에 대한 판단은 분명했던 것 같다. 개에겐 개의 자리가 있었다. 그 시절엔 겨울이면 개밥 그릇이 어는 경우가 흔했다. 개가 사람을 무는 망극한 일을 저질렀으니 누구라도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것이다.

▶요즘은 다르다. 많은 가정에서 개는 가족과 함께 살아가는 반려(伴侶)다. 개는 밖에 나가면 '우리 애'가 된다. TV 홈쇼핑에선 "국내산 한우와 홍삼 등 믿을 수 있는 원료만을 사용했다"는 개 사료를 판다. 개가 죽으면 천국에 가기를 기도해주는 종교 직업까지 등장했다고 한다. 문제는 개에 대한 사랑과 예우가 지나쳐 견권(犬權) 비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공원에 가보면 인간은 들어가길 삼가는 잔디밭을 개와 개 주인은 아무렇지도 않게 걸어간다. 개가 시멘트 길보다는 잔디밭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유명 한식집 사장이 유명 연예인 가족의 개에게 물려 패혈증으로 사망한 사건은 이런 와중에 벌어졌다. 동물보호법은 개 주인의 책임을 묻고 있지만 피해자 가족이 "소송이나 배상 요구를 할 뜻이 없다"고 밝힘으로써 사건은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러나 가해견(加害犬)이 사람을 문 며칠 후 목줄을 안 한 채 공원을 산책하는 사진이 인터넷에 뜨고 생일 파티까지 누린 사실이 밝혀지면서 새 논란이 일었다. '이 개는 어떻게 할 것인가.'
▶개 주인이 문제지 개가 무슨 죄가 있느냐는 얘기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사람이 사람을 죽이면 사형까지 받는다. 인간의 생명은 그만큼 소중하다. 사람이 죽었는데 그를 문 개를 그냥 두는 것은 정당한 것인가. 이는 동물 애호와는 다른 차원에서 인권과 생명의 지고(至高)한 가치를 고수하는 문제와 연결된다. 과거의 상식과 교양으로는 풀 수 없는 신시대 고민인가.
-조선일보-
▶50~60년 전 얘기다. 이게 옛날 개 키우던 사람의 보편적 모습 아니었나 싶다. 그때도 개를 사랑하고 개와 교감을 나누는 사람은 많았다. 그러나 인간과 개의 서열(序列)에 대한 판단은 분명했던 것 같다. 개에겐 개의 자리가 있었다. 그 시절엔 겨울이면 개밥 그릇이 어는 경우가 흔했다. 개가 사람을 무는 망극한 일을 저질렀으니 누구라도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것이다.

▶요즘은 다르다. 많은 가정에서 개는 가족과 함께 살아가는 반려(伴侶)다. 개는 밖에 나가면 '우리 애'가 된다. TV 홈쇼핑에선 "국내산 한우와 홍삼 등 믿을 수 있는 원료만을 사용했다"는 개 사료를 판다. 개가 죽으면 천국에 가기를 기도해주는 종교 직업까지 등장했다고 한다. 문제는 개에 대한 사랑과 예우가 지나쳐 견권(犬權) 비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공원에 가보면 인간은 들어가길 삼가는 잔디밭을 개와 개 주인은 아무렇지도 않게 걸어간다. 개가 시멘트 길보다는 잔디밭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유명 한식집 사장이 유명 연예인 가족의 개에게 물려 패혈증으로 사망한 사건은 이런 와중에 벌어졌다. 동물보호법은 개 주인의 책임을 묻고 있지만 피해자 가족이 "소송이나 배상 요구를 할 뜻이 없다"고 밝힘으로써 사건은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러나 가해견(加害犬)이 사람을 문 며칠 후 목줄을 안 한 채 공원을 산책하는 사진이 인터넷에 뜨고 생일 파티까지 누린 사실이 밝혀지면서 새 논란이 일었다. '이 개는 어떻게 할 것인가.'
▶개 주인이 문제지 개가 무슨 죄가 있느냐는 얘기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사람이 사람을 죽이면 사형까지 받는다. 인간의 생명은 그만큼 소중하다. 사람이 죽었는데 그를 문 개를 그냥 두는 것은 정당한 것인가. 이는 동물 애호와는 다른 차원에서 인권과 생명의 지고(至高)한 가치를 고수하는 문제와 연결된다. 과거의 상식과 교양으로는 풀 수 없는 신시대 고민인가.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