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문대통령 국정 역사교과서 폐기와 ‘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지시

오리지널마인드 2017. 5. 14. 03:20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업무지시 2호로 국정 역사교과서 폐기와 ‘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주무 부처인 교육부와 국가보훈처에 이같이 지시한 뒤 그 내용을 공개했다. 청와대는 “역사교육이 더 이상 정치적 논리에 의해 이용되지 않아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의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이로써 오는 18일 5·18 기념식에서는 ‘님을 위한 행진곡’을 9년 만에 다시 제창할 수 있게 됐다. 문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두 사안을 바로잡으라고 지시한 것은 너무나 당연한 조치다. 정상 국가로 가기 위한 첫걸음으로 전폭 환영한다.

정부가 펴낸 단일교과서로 역사를 가르치겠다는 것은 민주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퇴행적 발상이다. 나라의 품격을 떨어뜨려 전 세계의 웃음거리로 만들었다. ‘좌파 역사학자들이 폄하한’ 역사를 바로잡겠다는 게 명분이지만 이승만·박정희 정권의 독재를 미화하고, 우파 논리를 주입하려는 의도였다. ‘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 금지 역시 코미디였다. 정부 주관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다 함께 불러온 기념 노래를 이명박 정부는 제창에서 소수 공연단의 합창 형식으로 바꿨다. 광주민주화운동을 기념하기 위한 이 노래가 북한을 찬양하는 것이라는 극우세력의 엉터리 주장을 수용한 탓이다. 그 바탕에는 5·18민주화운동을 폄하하려는 의도가 있었다. 이명박·박근혜 두 전임 대통령이 제창을 금지하고도 직접 지시했다고 떳떳하게 밝히지 못한 것은 이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시정을 지시한 것과 너무나 대조된다.

국정 역사교과서를 폐기한 것은 다양성 존중을 근간으로 하는 민주주의 국가의 가치를 회복하는 조치다. ‘님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는 것 또한 이론의 여지가 없는 일이다. 두 사건이 부른 소모적인 논란과 분열상을 생각하면 분통이 터진다. 그런데도 자유한국당은 이를 비판했다. “먹고사는 일과 직접 관계가 없는 일로 양 진영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을 새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추진하는 것이 맞느냐”고 따졌다. 정상을 비정상으로 만들고 국가적 분열을 조장한 당사자들이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나 싶다. 한국당은 “‘님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면서 혁명을 꿈꾼 사람들이 새 정부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고도 했다. 언제까지 색깔 공세의 덫에 허우적거리려는지 보기 안쓰럽다. 문 대통령은 이런 말에 개의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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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