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밀레니얼(millennials)은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출생한 세대

오리지널마인드 2017. 10. 13. 09:30

그리스의 마리아 올림피아 공주가 지난 2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2017년 가을·겨울 시즌 패션쇼에서 돌체 & 가바나 의상 차림으로 런웨이를 걷고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밀레니얼 세대가 소비의 중심에 서면서, 그들의 가치를 대변하는 패션계의 움직임이 주목할 만하다. 밀레니얼(millennials)은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출생한 세대를 말한다. 디지털 환경에 능숙하고 소셜 플랫폼으로 자유롭게 소통한다. 단지 값이 비싼 고가의 물건을 소비하기보다 그들에게 실제적인 가치를 부여하는 상품에 더 많은 관심을 갖는다.

이탈리아 럭셔리 패션 브랜드 돌체 & 가바나는 2017년 가을·겨울 시즌에서 뉴 노블(The New Nobles·신귀족)의 정의를 새롭게 함으로써 밀레니얼 세대와 소통을 시도하는 듯하다. 돌체 & 가바나의 이번 시즌 컬렉션은 13~14세기 유럽에서 가장 중요한 왕조의 권위를 강조하는 특별히 아름다운 시칠리아 초대 왕의 문장(crest)에서 영감을 받았다. 권위적인 귀족 상징 문장을 위트 있게 표현함으로써 귀족의 가치를 특정 계급으로서 한정 짓는 것이 아니라, 대중의 범위로 확장하려는 시도가 엿보인다.

실제로 지난 2월 패션쇼에 선 모델들의 다양한 이력도 눈길을 끈다. 그리스의 마리아 올림피아 공주 같은 왕족 자제부터, 미국 석유 재벌 폴 게티의 증손녀 이사벨 게티, 할리우드 배우 제이미 폭스의 딸 코린 폭스 등 '현대판 귀족'과 셀러브리티의 자제들이 런웨이를 걸어 나왔기 때문이다. 또 밀레니얼 세대의 소통 채널이라 할 수 있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스타가 된 에이미 송, 패션 인플루언서(influnecer·영향력 있는 사람)인 할리 비에라 뉴턴도 무대를 정복했다. 디지털 시대에 새롭게 떠오르는 소셜 미디어 퀸(Queen)이 패션계의 '신귀족'이 된 것이다.

사회적 지위를 과시하기 위한 과시적 소비는 점점 더 의미를 상실하고 있다. 최상류층이 과시적 소비를 통해 사회적 지위를 과시한다는, 미국 경제학자 베블런의 '유한계급론'은 이 세대에게는 해당하지 않는다. 멀리 있지만 닿을 수 있고, 닿을 수 있지만 남다른 가치를 가진 패션만이 밀레니얼 세대의 진정한 럭셔리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