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실타래처럼 꼬여있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 속에 정상회담

오리지널마인드 2017. 7. 14. 12:13
지난주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기간 동안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의 한·중 정상회담이 있었다. 실타래처럼 꼬여있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 속에 정상회담이 열려 얼어붙은 한·중 관계가 풀릴 수 있을지 모두가 주목했다. 그러나 즉각적인 돌파구는 없었다. 다만 노력 여하에 따라 양국 관계 개선의 가능성을 엿볼 수는 있었다. 이제부터 갈 길은 험난하다. 향후 대중국 행보가 더욱 중요해 졌으며, 이에 우리의 몇 가지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우선 현재 중국은 미국에 ‘신형대국관계’(중국과 미국은 대등한 대국 관계라는 뜻)를, 국제사회엔 협력상생을 핵심으로 하는 ‘신형국제관계’를 제안하고 있다. 시 주석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자유무역질서의 유지를 주도했으며,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가 세계 경제에 기여할 것임을 강조했다. 중국은 미국 우선주의에 반감이 큰 서구 개발국과 외부 원조를 간절히 바라는 개도국을 끌어안음으로써 자신들이 주도하는 운명공동체를 수립하고자 한다. 그런데 한국은 중국의 이러한 구상에 가장 기여도를 높일 수 있는 국가이다. 한국은 원조 대상국에서 원조 공여국으로 바뀐 드문 사례이며, 10대 경제강국이다. 한국이 중국의 친성혜용(친밀·성실·혜택·포용)의 모범사례가 돼 준다면 중국은 천군만마의 외교자원을 얻게 되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중국에게 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합리적으로 부각시키자.

황재호 한국외국어대 교수 국제정치학
중국의 국제적 지위 상승은 경제력 이외 중국의 안보 역할 제고 때문이다. 글로벌 의제가 된 북핵 문제로 미국은 중국의 동아시아 내 발언권과 지분을 사실상 인정했다. 중국은 6자회담을 주도하면서 세련된 리더십을 학습하게 됐다. 그러나 시 주석 집권 이후 ‘북한 딜레마’가 커졌고, 중국의 중장기 전략에 발목을 잡는 아이러니가 발생하고 있다. 중국 입장에서 보면 문재인정부는 북한을 붕괴시킨다거나 흡수통합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지 않아 북한 리스크가 줄었다. 한·중 양국의 대북 교집합이 크기에 정책 공조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니 중국과 대북 협력의 공조를 강화하자.

문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사드 문제를 공식적으로 다루지 않은 것은 중국에 대한 배려도 있었다. 미·중이 외교안보 대결을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한국에게 최선은 관망 후 그때 상황에 맞게 최적의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문재인정부의 출범은 중국에게도 기회이다. 사드 배치의 경우 이전 정부의 결정사항이지만 현정부는 중국에 성의를 다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도 사드 배치가 불가피한 상황이 된다면 그때는 중국과의 갈등을 피하거나 두려워해서도 안 된다. 보다 중요한 것은 민감한 문제를 대하는 한국의 진정성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다.

특히, 우리는 이전 정부에서 ‘한·중 관계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고 했지만 사드라는 군사적 이견이 발생하자 모든 것이 허사가 됨을 분명히 보았다. 군사적 신뢰 구축을 위한 소통을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한다. 향후 비전통 안보군사협력과 허용 범위 내 상호 훈련 및 기지 참관을 고려할 수 있다. 동시에 사드가 경제 보복으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안보와 경제가 한몸임을 확인한 이상 한·중 전략경제대화 확대와 제도화가 필요하다. 즉 중국과 전략적 신뢰를 구축하고 소통을 확산해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 그 사람의 진심을 알게 된다’(日久見人心)는 중국 속담이 있다. 수교 이래 한·중 양국이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에 놓인 적이 없었다. 무엇보다 한·중 양국의 지도자들은 자주 만나야 한다. 만나는 것이 관계 회복의 시작이다. 문 대통령과 시 주석 두 지도자 모두 젊은 시절 힘든 시기를 극복해온 인생 경험을 가지고 있다. 한국과 중국이 합리적이고도 진정성 있는 인적 유대 형성을 통해 임기 내 ‘신형한중관계’ 수립을 기대해 본다.
-황재호 한국외국어대 교수 국제정치학 세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