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유대인들은 '돈은 주머니 속의 작은 종교'라고 부른다
오리지널마인드
2018. 4. 2. 08:21
1980년대에 나왔던 이어령 선생의 책 '축소지향의 일본인'은 제목 자체가 시사하는 바가 있다. '축소지향'이라는 표현이 그렇다. 일본 사람뿐만 아니라 인류 문화 자체가 축소(縮小)를 지향하지 않았나 싶다.
종교를 놓고 봐도 그렇다. 작은 종교를 지향하는 게 트렌드이다. 큰 종교가 우주적 신(神)을 믿는 전통 종교라면, 작은 종교라는 말은 무슨 뜻인가. 작은 종교는 돈이다. 자본주의가 발달한 현대로 들어올수록 큰 종교 대신 작은 종교를 신봉한다.
특히 유대인들은 '돈은 주머니 속의 작은 종교'라고 부른단다. 뉴욕 맨해튼에서 세탁소를 30년 넘게 운영한 교포로부터 들은 이야기인데 듣는 순간 가슴에 꽂혔다. "이런 말을 어디서 들었느냐?"고 물었더니, 30년 세(貰) 들어 산 건물주가 유대인이었는데, 그 유대인에게 들었다고 한다. 유대인들끼리는 진작부터 '주머니 속의 작은 종교'를 믿었다는 것이다.
그들의 논리는 이렇다. 하늘에 계신 야훼는 너무 멀리 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다. 보이지도 않고 멀리 있으면 믿기 힘들다. 그러나 주머니 속에 계신 신(돈)은 너무 가까이 있다. 손만 넣으면 있다. 눈으로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손으로 만져 볼 수도 있다. 지폐 다발을 만질 때의 스킨십을 아는가? 모든 스킨십의 궁극적 경지는 돈을 만질 때 오지 않을까! 이처럼 가까이에 확실하게 존재하는 '물신(物神)'이야말로 너무 좋은 황금신 아닌가!
지금 세계는 유대인의 신념 체계를 따라가는 것 같다. 돈을 벌기 위해 불철주야 애를 쓰고, 일구월심(日久月深)으로 고민하고, 자린고비로 축적한다. 돈 앞에서는 의리도 버려 버리고, 명예도 필요 없고, 양심도 던져 버린다. '돈' 이라는 종교 앞에서 모든 인간적 가치가 초토화되어 버린다.
종교는 '절대적 신념 체계'이다. 100%로 믿는 것이다. 돈을 신앙하면 다른 데는 관심이 없다. 타인을 위한 배려 같은 것에 관심이 없게 된다. 돈 밑에서 이미 해탈(解脫)과 구원(救援)을 얻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까.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