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텔이 이스라엘 기업 모빌아이(Mobileye)를 153억달러(약 17조원)에 인수

오리지널마인드 2017. 3. 23. 17:11
최근 인텔이 이스라엘 기업 모빌아이(Mobileye)를 153억달러(약 17조원)에 인수했다는 소식이 산업계를 흥분시키고 있다. 모빌아이가 어떤 회사였던가? 예루살렘 히브리 대학 인공지능 전문가인 아몬 샤슈아 교수가 설립한 전 세계 최고의 운전보조장치(ADAS) 전문 기업이다. ADAS는 미래 자율주행 자동차의 핵심이며, 모빌아이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딥러닝 물체인식 기술과 강화학습을 통한 운전자 판단 모델을 동시에 활용하는 걸로 알려져 있다. 샤슈아 교수는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의 뇌인지과학 대가인 토마소 포지오(Poggio) 교수 지도 아래 뇌 모방 시각 시스템 연구를 진행했으니, 그의 기초과학 경험이 고스란히 모빌아이의 핵심 경쟁력으로 부활한 것이다.


인텔이 개발 중인 자율주행 자동차 시연 모습. /인텔 제공
컴퓨터 CPU의 리더인 인텔은 왜 모빌아이를 인수한 걸까? 반도체 업계는 현재 쓰나미 같은 거대한 변화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석탄과 전기가 1, 2차 산업혁명을 움직인 동력들이었다면, 3차 산업혁명은 반도체 기술을 기반으로 했다. 그렇다면 앞으로 일어날 4차 산업혁명의 동력은 무엇일까? 단순히 더 작고 더 빠른 반도체를 남보다 더 저렴하게 제공하는 치킨게임만은 아닐 것이다. 지금까지의 IT는 정보의 '처리' 위주였지만, 앞으로 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갈 지능형 IT는 정보 '이해'를 핵심으로 한다. 단순히 더 빠른 칩이 아닌, 데이터, 센서, 그리고 지능 알고리즘과 융합된 형태의 시스템 오브 시스템스(system of systems) 반도체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인텔이 모빌아이를 인수하기 전, 통신 칩 리더인 퀄컴 역시 네덜란드 자동차 반도체 기업 NXP를 인수했고, 비디오 게임 그래픽 카드가 주력 사업이었던 엔비디아(nVidia)는 딥러닝에 최적화된 GPU 기술을 리드하고 있다. 남들보다 늦게 시작했지만 피눈물나는 노력을 통해 3차 산업혁명 반도체 시장을 이끌고 있는 국내 기업들. 불행하게도 우리는 지금 너무나도 빠르게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미래 반도체 기술과 시장을 잃고 있는 것이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