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적폐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치를 포함하여 전반적인 우리 사회의 시스템과 제도를 바꿔야
오리지널마인드
2018. 1. 29. 09:02
지금 문재인 정부가 힘을 쏟고 있는 적폐 청산은 정치적 사안에 집중되어 있지만, 사실 적폐는 우리 사회 곳곳에 온존해 있다. 예컨대 세월호 참사로 인해 수많은 희생자를 낸 것이 불과 얼마 전인데, 대형 사고는 제천에서 또 밀양에서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대통령과 정부가 재발 방지를 강조해도 대형 안전사고가 계속되는 것은 그 사안이 또 다른 적폐임을 의미한다. 즉, 잇단 대형 사고는 안전 불감증, 부실한 안전 장비, 형식적인 안전 진단, 적절치 못한 초기 대응 등 여러 가지의 구조적인 문제점이 오래 시간 동안 개선되지 않은 채 축적되어 온 폐단의 결과인 것이다.
과열 경쟁의 교육 시스템과 그로 인한 과도한 사교육비의 부담 역시 또 다른 적폐의 사례이다. 사교육비의 부담은 안 그래도 어려운 가계의 경제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사교육비 지출이 아니라면 그 돈을 여가에 쓰거나 미래를 위한 저축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누구나 다 아는 이런 문제점들이 그동안 제대로 해결되지 못한 것은 오랜 시간에 걸쳐 누적되어 온 뿌리 깊은 병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적폐는 말처럼 쉽게 '청산'되지 않는다. 몇 사람 잡아넣고 처벌하는 방식으로는 적폐 청산은 이뤄낼 수 없다는 얘기다. 적폐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치를 포함하여 전반적인 우리 사회의 시스템과 제도를 바꿔야 한다. 적폐 청산의 주체는 검찰이 아니라 국회를 중심으로 한 정치권이 되어야 마땅하다는 말이다. 현재 적폐 문제는 지난 두 정권이 모두 책임져야 할 것처럼 몰아가고 있지만 사실 적폐는 어느 정파, 정권의 문제만으로 보기도 어렵다.
30년 이상 지속되고 있는 폐쇄적인 지역주의 정당 정치 역시 적폐 중의 적폐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뿌리 깊은 병폐를 해결해 내기 위해서는 정부·여당뿐만 아니라 야당을 포함한 정치권이 힘을 합쳐야 해결할 수 있다. 그래서 적폐 청산은 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해 온 협치나 통합과 그 궤를 같이한다. 하지만 이를 위한 진지한 논의는 여당에서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적폐 청산 작업이 검찰에 의해 과도하게 주도되고 있는 것도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검찰 중심의 적폐 청산은 근본적으로 과거 지향적인 것일 뿐 정작 절실한 제도 개혁이나 관행의 개선을 이끌어 낼 수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2016년 촛불 집회 당시 수많은 참가자에게 향후 적폐 청산의 1호 대상은 다름 아닌 검찰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검찰은 적폐 청산의 대상이 아니라 적폐 청산 작업의 주체로 활약하고 있다. 이 또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적폐 청산이 이른바 '적폐 세력'의 청산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새로 권력을 장악한 세력이 반대파를 압박하고 약화시키려는 '적폐(敵廢) 작업'에 다름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는 촛불 집회 당시 많은 국민이 요구했던 그 적폐 청산의 모습은 아닐 것이다. 이 때문에 적폐 청산이 제대로 시도되지도 못한 상황에서 벌써 이에 대한 피로감마저 나타나고 있다. 최근 문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지금의 적폐 청산은 마땅히 가야 할 길을 잃은 채 헤매고 있다.
-조선일보-
과열 경쟁의 교육 시스템과 그로 인한 과도한 사교육비의 부담 역시 또 다른 적폐의 사례이다. 사교육비의 부담은 안 그래도 어려운 가계의 경제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사교육비 지출이 아니라면 그 돈을 여가에 쓰거나 미래를 위한 저축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누구나 다 아는 이런 문제점들이 그동안 제대로 해결되지 못한 것은 오랜 시간에 걸쳐 누적되어 온 뿌리 깊은 병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적폐는 말처럼 쉽게 '청산'되지 않는다. 몇 사람 잡아넣고 처벌하는 방식으로는 적폐 청산은 이뤄낼 수 없다는 얘기다. 적폐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치를 포함하여 전반적인 우리 사회의 시스템과 제도를 바꿔야 한다. 적폐 청산의 주체는 검찰이 아니라 국회를 중심으로 한 정치권이 되어야 마땅하다는 말이다. 현재 적폐 문제는 지난 두 정권이 모두 책임져야 할 것처럼 몰아가고 있지만 사실 적폐는 어느 정파, 정권의 문제만으로 보기도 어렵다.
30년 이상 지속되고 있는 폐쇄적인 지역주의 정당 정치 역시 적폐 중의 적폐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뿌리 깊은 병폐를 해결해 내기 위해서는 정부·여당뿐만 아니라 야당을 포함한 정치권이 힘을 합쳐야 해결할 수 있다. 그래서 적폐 청산은 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해 온 협치나 통합과 그 궤를 같이한다. 하지만 이를 위한 진지한 논의는 여당에서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적폐 청산 작업이 검찰에 의해 과도하게 주도되고 있는 것도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검찰 중심의 적폐 청산은 근본적으로 과거 지향적인 것일 뿐 정작 절실한 제도 개혁이나 관행의 개선을 이끌어 낼 수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2016년 촛불 집회 당시 수많은 참가자에게 향후 적폐 청산의 1호 대상은 다름 아닌 검찰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검찰은 적폐 청산의 대상이 아니라 적폐 청산 작업의 주체로 활약하고 있다. 이 또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적폐 청산이 이른바 '적폐 세력'의 청산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새로 권력을 장악한 세력이 반대파를 압박하고 약화시키려는 '적폐(敵廢) 작업'에 다름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는 촛불 집회 당시 많은 국민이 요구했던 그 적폐 청산의 모습은 아닐 것이다. 이 때문에 적폐 청산이 제대로 시도되지도 못한 상황에서 벌써 이에 대한 피로감마저 나타나고 있다. 최근 문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지금의 적폐 청산은 마땅히 가야 할 길을 잃은 채 헤매고 있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