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치밀하게 꿰맞춘 거짓말보다 더 치명적인 것은 의도를 감추고 떠벌리는 개소리다

오리지널마인드 2017. 1. 10. 23:46
철학자 프랭크퍼트의 <개소리에 대하여(On Bullshit)>는 이런 문제에 대해서 짧지만 묵직한 통찰을 던지는 글이다. ‘개소리’는 터무니없는 허튼소리 정도의 의미다. 의도적인 거짓말의 경우 거짓임을 증명할 방법이 있고 책임도 요구할 수 있는 데 반해서, 신념에 가까운 ‘진정성’을 내건 개소리는 객관적인 분석으로 거짓을 입증하기도 어려울뿐더러 애초에 ‘아님 말고’ 식의 자세를 취하기 때문에 상대하기 더 난감하다. 치밀하게 꿰맞춘 거짓말보다 더 치명적인 것은 의도를 감추고 떠벌리는 개소리다.

맹자가 경계한 네 가지 말 역시 의도적인 거짓말만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 진정성이 있든 없든 간에, 그런 말을 내뱉는 이들이 정치에 참여해서 중요한 결정들을 내릴 때 많은 이들에게 치명적인 해로움을 끼치기 때문에 잘 분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정치권력을 쥔 이들의 진정성을 문제 삼고 거짓말을 입증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들이 연일 양산하고 있는 개소리들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새로운 지혜와 전략이 절실하다.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