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기운이라기엔 많이 미흡하지만 어제 오늘 날씨가 제법 따스하다. 이젠 겨울도 끝자락에 있나 보다. 얼마 지나지 않아 거리 곳곳엔 새싹이 나고 사방 천지엔 꽃들이 필 것이다. 힘 다한 겨울 거리에서 꽃을 본다는 건 아이로니컬하지만 꽤 추웠던 며칠 전 명동의 한 화원 앞에서 꽃들을 봤다. 살얼음 속 꽃꽂이를 해놓은 듯한 모습의 환상적인 작품이었다. 꽃을 닮은 주인이 만들어 놓은 듯한 얼음 화분(?)이 눈길을 끌었다. 아직은 겨울 속에 묻혀 있는 얼음꽃이 묘한 아름다움을 만들었다. 한껏 움츠린 채 명동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의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이색 볼거리를 제공한 화원 주인의 고운 마음이 보였다. 발상의 전환이 어두운 회색빛 도심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고 있었다. 얼음이 녹고 아래 숨죽이고 있던 꽃들이 다시 피진 못하겠지만 또 다른 꽃들의 거름으로 역할을 할 것이다. 태어나고 죽고 거름이 되고 다시 태어날 것이다.
이제원 기자-세계일보-
이제원 기자-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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