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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배경부터가 한국의 학벌 구조와 입시위주 교육의 병폐가 압축된 명문 고등학교로

요즘 제일 주목할 만한 학원물은 JTBC 금·토 드라마 <솔로몬의 위증>이다. 한 중학교에서 일어난 의문의 죽음과 그 파장을 그린 미야베 미유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한국판은 1990년대 발표된 원작을 현재의 우리 사회로 가져오면서 보편적 성장기를 세월호 세대의 비극으로 각색했다.

배경부터가 한국의 학벌 구조와 입시위주 교육의 병폐가 압축된 명문 고등학교로 바뀌었고, 부패한 기성세대와 학생들의 대립구도가 부각되었다. 특히 이 작품은 세월호 참사 이후의 학원물 가운데 세월호 세대의 분노를 가장 직접적으로 다룬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가령 <앵그리맘>에서는 분노하는 엄마가 영웅적 해결사로 나섰고, <선암여고 탐정단>은 학생들이 사건 해결의 주체였지만 마지막에 가서야 실질적인 시나리오 설계자 하연준 교사(김민준)의 각본을 벗어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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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몬의 위증>은 여기서 한걸음 더 나간다. 한 아이가 죽었다. 늘 교실 뒤에서 조용히 방관하는 듯했으나 때때로 학내의 모든 모순을 꿰뚫어보는 듯한 이소우(서영주)라는 아이였다. 학교는 그의 우울증 경력과 부적응 행동을 들어 쉽게 자살로 결론짓는다. 하지만 그와 같은 반이었던 몇몇 학생들은 여기에 의문을 품는다. 소우는 죽기 전 정국고의 폭군으로 군림하는 최우혁(백철민)과 충돌했고, 그에게 일방적으로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가해자로 몰렸다. 징계 전 학교 측을 냉소하며 스스로 교정을 떠났던 그가 크리스마스에 학교 옥상에서 추락한 채로 발견된 것이다. 그와 우혁이 벌인 싸움의 목격자였으나 증인으로 나서지 못한 데 대해 죄책감을 느끼던 모범생 서연(김현수)은 어느 날 그가 우혁에게 살해당했다는 고발장을 받고 그의 죽음에 관한 진실을 파헤치고자 한다.

서연과 친구들이 이소우 사건을 밝히기로 결심한 결정적 계기는 그동안 이 비극을 은폐하는 데 급급했던 어른들이 급기야 ‘이렇게 된 건 모두 너희 탓’이라고 비난하는 모습까지 봤기 때문이다. 순종적이던 서연이 교사의 침묵 강요에 저항하며, “여태까지 우린 어른들 말만 들으며 가만있었어. 도와주겠지. 해결해주겠지. 기다리고만 있었어…. 나는 이제 우리가 알아야 된다고 생각해. 아무도 안 알려주면 직접 알아내서라도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 그러니까 우리가 밝혀내자”라고 반 아이들을 움직이는 장면은 바로 지금 세월호 세대가 광장에서 기성세대에게 보내는 분노의 목소리를 그대로 옮겨온 것이다.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