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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서울시내 특급 호텔의 청소 영상

4일 밤 TV조선 'CSI소비자탐사대'에서 방영한 서울시내 특급 호텔의 청소 영상은 충격이었다. 제작진이 세 곳의 호텔 객실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해 청소를 어떻게 하는가 관찰해봤더니 한 호텔에선 청소 직원이 수세미로 변기와 욕조를 청소한 후 그 고무장갑과 수세미로 물컵을 닦았다. 그러더니 투숙객이 쓰고 욕실 바닥에 던져놓은 수건을 집어들어 컵의 물기를 훔쳐냈다. 다음 투숙객이 이 컵에 물을 따라 마셨을 것이다. 다른 호텔에서도 똑같이 변기를 닦은 수세미로 컵을 닦았다. 투숙객이 사용한 베개 커버는 갈지도 않았다. 또 다른 호텔에선 직원이 수건 한 장으로 세면대, 욕조, 변기, 화장실 바닥을 차례로 청소했다. 그나마 이곳에선 변기 청소 수세미로 컵을 씻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소파나 리모컨의 위생 상태도 끔찍할 정도였다. 제작진이 카메라를 설치한 세 곳 모두 이 꼴이었다.

지난해 말 중국 특급 호텔 세 곳의 청소 동영상이 공개돼 중국 내에 큰 문제가 됐다. 변기를 청소한 솔로 컵을 닦고, 목욕 수건을 변기 물에 적셔 바닥을 청소하는 모습이었다. 중국만 그런 줄 알았더니 우리도 똑같았다. 이런 특급 호텔이 하룻밤에 수십만원을 받는다. 겉은 대리석으로 발라 번지르르하고 고가 예술품을 로비에 잔뜩 전시해놓고서 손님 마시는 물컵은 변기 청소 수세미로 닦는다. 우리 사회의 속을 보는 것 같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