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디오스 코카콜라(잘 가라, 코카콜라)' '아디오스 스타벅스' '아디오스 월마트'. 멕시코 소비자들이 SNS에 이런 문구를 올리고 있다. 트럼프 미 대통령 때문에 멕시코에 미국산 불매 움직임이 번지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는 멕시코산 제품에 수입 관세를 20% 물리고 국경에 거대한 장벽을 세우겠다고 했다. 멕시코 경제장관은 "미국이 국경세 매기면 우리는 미국산 농축산물 수입을 줄이겠다"고 했다.
▶미국과 멕시코는 한 경제권이나 마찬가지였다. 미국을 대표하는 맥도널드와 스타벅스, 유통업체 월마트가 가장 성업 중인 미국 밖 나라가 멕시코다. 미국인보다 코카콜라를 더 즐겨 마시는 국민도 멕시코인이다. 1인당 콜라 소비량이 미국인의 1.7배다. 입맛도 공유하던 두 나라가 트럼프 때문에 국민 감정까지 틀어지고 있다.
▶1929년 주가 대폭락으로 대공황 전조가 미국 경제를 덮쳤다. 공화당이 다수당이었던 미국 의회는 미국 산업을 살리겠다며 수입품 관세를 평균 20% 올리는 법안을 이듬해 통과시켰다. 이 법안으로 미국 경제가 살아나기는커녕 쪼그라들었다. 다른 나라들이 보복 관세로 맞섰기 때문이다. 미국 무역량이 2년도 안 돼 반 토막 났다. 세계 질서가 망가졌다. 이것이 결국 2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졌다고 보는 학자도 많다. 보호무역의 실패를 경험하고 미국 통상 정책의 주도권은 의회에서 행정부로 넘어갔다. 워싱턴의 엘리트 관료들 사이에서는 무역과 투자의 자유화가 더 나은 세계경제를 만든다는 '워싱턴 컨센서스' 같은 게 있었다.
▶트럼프가 이 흐름을 바꾸고 있다. 트럼프는 "멍청한 워싱턴 샌님들이 했던 협상 때문에 미국인이 일자리를 뺏겼다. 그런 건 쓰레기통에 던져 버리겠다"고 비난해왔다. 트럼프발 무역 전쟁의 1차 과녁이 멕시코라면 종착지는 중국이다. 대미 교역에서 제일 흑자 많이 내는 나라가 중국이기 때문이다. 지난주 트럼프 정부는 중국산 대형 타이어에 반덤핑 관세를 매겼다. 중국도 많은 카드를 갖고 있다. 미국산 동물 사료 원료에 최고 53.7%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다. 세계 1·2위 경제 대국 간 무역 전쟁의 서막은 이미 올랐다.
▶미국 상무부가 한국산 화학제품 가소제에 덤핑 판정을 내리고 3.96~5.75%의 예비 관세를 물리겠다고 한다. 트럼프 취임 후 첫 관세 보복 조치다. 중국도 한국산 광섬유에 반덤핑 관세를 물리는 기간을 5년 더 연장하겠다고 했다. 자유무역의 물결을 타고 기적을 이룬 대한민국이 정치 혼란에 빠져있는데 무역 전쟁의 포연(砲煙)마저 다가오고 있다. 화불단행(禍不單行)이다.
-조선일보-
'사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연대를 위한 공감과 상상력 (0) | 2017.02.04 |
---|---|
새해의 시작은 내 인생의 나침반과 같다 (0) | 2017.02.01 |
사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인간들의 합리적 선택이 시장을 확대, 발전시키며, 시장의 발전이 곧 역사의 진보’라고 주장하는 신자유주의 담론 (0) | 2017.01.31 |
만두 100개 빚기, 모둠전 200장 부치기, 나물 다섯 가지 무치기, 산더미 같은 설거지 (0) | 2017.01.30 |
거짓말로 쌓아 올린 산 (0) | 2017.01.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