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에 몰입하면 사고의 방식도 그 언어를 따라 바뀐다”는 사피어 워프의 가설을 등장시키며 외계인과 조우할 때 어떻게 소통할 것인지를 보여주는 <컨택트>는 언어의 구조가 사고방식에 끼치는 영향을 매우 극적으로 표현한다. 테드 창의 소설 <네 인생의 이야기>를 원작으로 하는 이 영화는 언어의 문법과 시간 개념을 연결시켜 인간의 사유체계는 물론 존재방식의 근간을 흔드는 드라마를 완성한다.
사피어 워프는 각 언어의 체계, 즉 문법은 생각을 표현하기 위한 단순한 복제 수단이라기보다는 그 자체가 생각을 형상화한다고 보았다. 그는 인간의 경우, 모국어가 설정한 선을 따라서 자연을 분석한다는 언어결정론을 내놓아 논쟁의 씨앗을 낳았다. 오늘날에는 언어가 인식 사고를 결정한다는 것을 온전히 옹호하는 학자가 드물다. 사고나 인식보다 언어가 우위에 있다는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 것이다. 다만, 여전히 그의 가설은 새로운 상상의 실마리가 되고 있다.
언어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인지, 사고방식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인지 규정하기 어렵지만, 모국어가 존재하는 환경으로부터 떨어져 나가 타국에서 생활하는 작가들에게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작업의 핵심을 차지하곤 한다. 1951년 부산에서 출생, 1961년 미국으로 이주한 뒤 샌프란시스코에서 성장한 미술가이자 영화감독, 소설가였던 차학경은 한국어, 영어, 불어 사이를 오가며, 다양한 언어 환경 속에서 분열되거나 다중화되는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를 작업 속에 담았다. 그는 퍼포먼스이자 개념미술이고 실험소설인 <딕테>를 남기고 31세 나이에 요절했다. 파괴적인 언어 구사방식과 구성을 통해 이방인, 여성, 민족과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딕테>는 언어와 정체성, 언어와 사유방식의 상관관계를 형상화하여 언어가 짓는 생각의 틀, 생각이 짓는 언어의 틀을 환기시킨다.
<김지연 전시기획자>
사피어 워프는 각 언어의 체계, 즉 문법은 생각을 표현하기 위한 단순한 복제 수단이라기보다는 그 자체가 생각을 형상화한다고 보았다. 그는 인간의 경우, 모국어가 설정한 선을 따라서 자연을 분석한다는 언어결정론을 내놓아 논쟁의 씨앗을 낳았다. 오늘날에는 언어가 인식 사고를 결정한다는 것을 온전히 옹호하는 학자가 드물다. 사고나 인식보다 언어가 우위에 있다는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 것이다. 다만, 여전히 그의 가설은 새로운 상상의 실마리가 되고 있다.
언어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인지, 사고방식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인지 규정하기 어렵지만, 모국어가 존재하는 환경으로부터 떨어져 나가 타국에서 생활하는 작가들에게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작업의 핵심을 차지하곤 한다. 1951년 부산에서 출생, 1961년 미국으로 이주한 뒤 샌프란시스코에서 성장한 미술가이자 영화감독, 소설가였던 차학경은 한국어, 영어, 불어 사이를 오가며, 다양한 언어 환경 속에서 분열되거나 다중화되는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를 작업 속에 담았다. 그는 퍼포먼스이자 개념미술이고 실험소설인 <딕테>를 남기고 31세 나이에 요절했다. 파괴적인 언어 구사방식과 구성을 통해 이방인, 여성, 민족과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딕테>는 언어와 정체성, 언어와 사유방식의 상관관계를 형상화하여 언어가 짓는 생각의 틀, 생각이 짓는 언어의 틀을 환기시킨다.
<김지연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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