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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지금 한·미 정상 관계는 찰떡과 같다는 미·일 관계에 비해 서먹하고 어색한 것이 사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다음 달 초 아시아를 순방할 때 한·일 방문 일정이 아직 미정이라고 한다. 한·일 모두 2박 3일 방문할지, 아니면 한국은 1박 2일, 일본은 3박 4일 방문할지 정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백악관 내엔 후자(後者) 기류가 있다고 한다. 지금 한·미 정상 관계는 찰떡과 같다는 미·일 관계에 비해 서먹하고 어색한 것이 사실이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한·미 두 정상 간 전화 회담은 미·일 정상 간의 반에도 못 미쳤다. 역대 미 대통령은 북이 도발하면 한국 대통령과 먼저 통화했으나 지금은 그 순서가 바뀌었다.

한·미 두 정상의 대북관과 스타일은 차이가 있다. 시간이 흘러도 이 간격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세계에서 이 현상을 가장 예민하게 지켜보고 있을 쪽은 김정은과 중국일 것이다. 한·미 간 틈새만큼이 김정은이 도발할 수 있는 공간이고 중국이 한·미 동맹을 흔들 여지가 된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의 첫 방한이 한·미 동맹의 굳건함이 아니라 균열을 보여준다면 정말 방한하지 않느니만 못한 결과가 된다. 당장 미국의 한·미 동맹 경시(輕視) 관측을 불러일으키며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논란이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외교에서 의전과 일정은 단순한 형식 문제가 아니다. 국가 간 상호 관계를 한마디로 보여줄 때가 많다. 역대 미국 대통령은 한·일을 거의 동등하게, 아니더라도 큰 차이가 드러나지 않도록 일정을 세심하게 관리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 관례를 따를 것으로 믿는다. 그의 이번 방한으로 한·미 두 정상 간 우의가 강화되고 김정은이 한·미 균열에 대한 일말의 기대도 갖지 못하게 돼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내부 회의에서 "미국이 한국을 지켜주는데 왜 한국인들은 더 감사하지 않느냐"고 의아해했다고 한다. 이것이 트럼프의 대한(對韓) 고정관념이 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 심각한 일이다. 한국인 중에는 미국에 감사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지만 소수다. 한·미 동맹은 어느 일방이 아니라 양국 모두의 이익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일을 균형 있게 방문해 내외의 우려를 일축하고 직접 판문점에 서서 강력한 대북 경고를 보냈으면 한다. 주한 미군만이 아니라 국군 병사들도 만나 사기를 북돋웠으면 한다. 세계로 퍼져나갈 이 메시지만큼 김정은의 후속 도발을 억제하고 한반도 평화를 지킬 것은 없을 것이다.
-조선일보-